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최근 7개월 연속 하강세입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대략 6개월 뒤의 경기 향방을 예고해주는 대표적 경기지표입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여전히 확장세이나, 선행지수의 방향이 바뀐 것을 감안하면 향후 경기는 확장세가 꺾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경기 둔화가 예고되는 이유는 2년 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거슬러올라가 찾을 수 있습니다.

2008년 가을 투자은행 리만브라더스의 도산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그 여파로 실물경기의 수직 낙하가 우려됐습니다. 그러자 주요국들이 공조해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쏟아붓는 방법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민간의 투자손실 내지 부실을 메워주었습니다. 그 결과 금융위기는 진정됐고 실물경기도 회복됐지만, 유동성이 과잉 팽창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정부 재정이 대거 부실해졌습니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치하면 경기가 추락하고, 정부재정 부실을 방치하면 국가 단위의 경제위기는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추락이 재현될 수 있습니다. 경기가 비상 국면을 벗어났다면, 이젠 비정상적으로 낮췄던 정책금리를 도로 올리고 정부 재정도 도로 채워 넣음으로써 위기 대응 국면을 벗어나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모색해야 합니다. G20도 회의를 열어, 그러자고 공식 합의했습니다.

각국의 출구전략 시행으로 금리가 오르고 정부 재정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 경기 확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처지에서 볼 때, 밖으로는 해외 주요국의 내수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 신장세가 꺾이고, 안으로는 정부 재정 긴축의 영향으로 내수도 위축되는 모습이 예견됩니다.

다만 G20도 합의했듯이, 출구전략은 각국이 자국 경제 상황을 봐가면서 제각기 시기와 방법을 정해 시행합니다. 출구전략을 펴려다가도 경기 흐름이 너무 급하게 꺾이는 조짐이 보이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부양책을 쓸 수도 있습니다. 지난 96일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3500억달러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그런 예입니다. 미국은 실업 사태가 매우 심각해서 이번 오바마의 부양책을 놓고도 경기 대응에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실 출구전략은 경기가 비상국면을 벗어났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지금 세계 경제는 명백히 비상국면을 벗어난 것도 아닌 데다 금융과 재정 양면에서 경기를 급부양하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까지 더해져, 출구전략을 써야 할지 아니면 부양책을 써야 할지 모르는 애매한 지경에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중앙은행이 이달 금리를 올리면서 앞으론 올린다고 말해놓곤 다음에 가선 안 올리고 시치밀 떼고, 앞으론 재정을 조이겠다 말해놓곤 외려 부양책을 내놓고하는 식의 엇박자 정책이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증권가에선 경기선행지수가 곧 다시 상승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자못 무성합니다.

 


Posted by 300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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