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원유 벤치마크로 쓰는 브렌트유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 100달러 전후에서 7년래 최고치인 13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가가 급등하자 1970년대에 지정학적 긴장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폭등했던 경험을 상기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처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적어도 유가 때문에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적다.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전에 비하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왜 약해졌나?
IMF 이코노미스트 Nico Valckx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의 석유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사실이 큰 요인이다.

경제의 석유의존도는 석유집약도(oil intensity)로 알아볼 수 있다. 석유집약도란 실질GDP 100만 달러를 생산하는 데 원유 몇 배럴이 필요한지를 재는 척도다. 석유집약도가 낮아질수록 경제가 석유에 의존하는 정도도 낮아지는데, 1970년대 이래 글로벌 석유집약도는 그림에서 보듯 계속 낮아졌다.

역사상 석유집약도가 가장 높았던 1973년에 세계가 실질 GDP 백만 달러를 생산하는 데는 800배럴 이상이 필요했다. 제1차 오일쇼크로 원유가가 3배 가까이 올랐던 1973년 8월~1974년 1월 당시 글로벌 원유의존도는 지금보다 약 3.5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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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일시적인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듯하다. 공급 사이드에서는 일부 부문에서 병목 현상이 나타나는데 역시 일시적이라거나 지속되리라는 식으로 견해가 엇갈린다.

대표적 비관론자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최근 기고(The Stagflation Threat Is Real, PS 2021.9.5) 등에서 중장기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에 인플레이션과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불황이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전망한다.

첫째, 수요 측면에서는 전염병 사태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면서 주요국이 재정과 통화를 푸는 정책을 쉽사리 거두기 어렵고 그러는 사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고 봐서다.

둘째, 공급 측면에서는 근래 고조되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와 보호무역주의, 전염병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훼손, 선진국과 주요 신흥시장의 고령화, 상대적으로 가난한 지구 남부에서 부유한 북부로의 이주를 막는 이민 규제의 강화 추세, 갓 시작된 미-중 냉전이 세계 경제를 분열시킬 위험이 커지는 경향, 이미 농업에 타격을 입혀 식량 가격 폭등을 야기하고 있는 기후 변화 등이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심화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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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의 인플레이션 파고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해외에서는 아시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타격을 입고 아시아로부터 선진국들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수출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아시아 내부만 들여다보면, 아시아 국가들이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일제히 금리와 통화 시세를 낮게 유지해 수출과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지속했고 그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둔 뒤에도 정책을 바꾸지 않고 유지했던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시아 각국에서는 그동안 금리와 통화 시세를 낮게 유지해 수출에 성과를 내면서 외환보유액과 무역흑자가 급증하고 높은 성장률을 지속했다. 그 대신 인플레이션이 점증했다.

 한동안 상당한 성장을 이룬 대신 인플레이션 파고가 높아진 상황을 감안하면 진작 중앙은행들이 나서서 정책금리를 올림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억제하는 노력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21세기 들어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쓰면서 국제자금이 아시아로 유입되어 아시아 통화 시세를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통화 시세가 오르면 수출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는데, 그 위에 정책금리까지 오르면 통화 시세를 더 높이는 결과가 빚어지고 수출 감소와 경기 하락까지 부를 가능성이 있다.

 즉 아시아 각국에서는 미국의 통화(달러) 완화 정책으로 인해 통화 시세가 올랐고 그 바람에 인플레이션 파고가 높아지는데도 중앙은행이 나서서 정책금리를 올릴 필요성 내지 명분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걸 두고 해외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이 미국으로부터 통화 완화 환경을 수입한 셈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아시아 경제에 독이 됐다.


아시아에 남은 것은 인플레이션이 한층 가속되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실질금리(명목이자율―인플레이션율) 는 평균 -1.7%로 이미 마이너스 수준이며, 이는 10년 전 금융위기 전후 수준보다 크게 낮다.(UBS은행)


지금이라도 아시아가 서둘러 긴축 정책을 펴지 못하면 발등의 불로 닥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만성적 인플레이션으로 넘어가고, 다음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긴축정책을 펼 경우 국민경제에 단기적으로 고통이 오고 국민의 정치적 불만이 높아질 텐데 아시아 각국에서 집권 정부, 여당이 그런 정치 비용을 치르려 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간단치 않다. 긴축정책은 인기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 대응을 미룰 만큼 아시아의 경제 사정이 온전한 것도 아니다. '긴축정책은 인기 없다' 해서 자꾸 미루기만 하다가는, 나중엔 원하든 않든 훨씬 더 강도 높은 긴축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격이 되고, 국가경제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


아시아에서 인플레이션이 거침없이 진전되면서 서방 관측통 사이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 정부에 국내 및 수입 물가 상승세로 인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할 능력이 있는지, 그렇게 하려는 정치적 의지는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끝) -경제교육연구소 곽해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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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인플레이션 파고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해외에서는 이미 아시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타격을 입고 아시아로부터 선진국들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수출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가 6월 13일자 파이낸셜타임스(
Financial Times)에서,‘아시아에서 만들어진(made in asia) 새로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 전형적인 예다.


 스티븐 로치에 공감하는 다른 논조도 있다.
아시아는 인플레이션에 버틸 수 있을까?’(Rise in the east: Could Asia buckle under the burden of inflation? / Chris Giles & Raphael Minder)를 제목으로 단 파이낸셜타임스(FT) 최근 기고는, 올 들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한 구미 지역의 신용위기와 실물경기 퇴조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널리 받아들여졌던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을 수정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요지는 이렇다.


6개월 전만 해도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고성장ㆍ저물가를 자랑했고, 세계의 다른 국가들은 아시아를 부러워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진 뒤 미국과 유럽이 겪고 있는 신용위기를 지켜보면서 아시아가 주로 우려했던 것은 신용위기가 아시아에 어떤 타격을 입힐 것인가 하는 문제였고, 이에 대해서는 미국ㆍ유럽의 경기 둔화가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로 인해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의 수요 둔화로 당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볼 수 있으리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빗나갔다. 미국의 소비자 수요를 둔화시킬 뿐 아니라 아시아 경제에 가장 큰 대외 충격을 미치는 존재는 바로 인플레이션이었다.’


사실이 그렇다면 올해 그리고 내년의 세계 경제는 지금까지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주로 낙관한 것처럼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선전(善戰)으로 성장세를 그럭저럭 지탱해나가는 게 아니라,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를 일으킨 구미 선진국에 질세라 아시아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냄으로써 세계 경제를 난국으로 이끈다는 얘기가 된다. (계속) - 경제교육연구소 곽해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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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 급등세는 우리나라뿐 아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인플레이션 파고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가장 심한
베트남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2%로 폭등했다. 태국도 7.6%로 뛰어 10년 만에 최고 기록을 냈다.
 전체 아시아 개도국의 4월 평균 상승률은 7.5%. 최근 9년 반 사이 최고치에 가깝고 한 해 전 3.6%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5월까지 4개월에 걸친 연평균 인플레이션율이 8.3%로 치솟았다. 1990년대 중반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기할 것은, 지금 아시아 각국에서 급증하는 물가상승률의 주요 부분이 에너지와 식료품이라는 점이다.

에너지와 식료품값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체 세계가 다 경험하고 있는데, 아시아만 특기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시아 개도국들은 서방 선진국과 달리 식품 가격 상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개도국들은 서방 선진국들에 비해 국내 지출에서 기초식품이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선 식품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비교적 작지만 중국은 33%, 인도는 57%다. 식품 가격 상승으로부터 받는 경제적 타격이 선진국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아시아 각국이 향후 생필품 가격 상승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기세를 제어할 수 있다면 모르되 그러지 못하고 인플레이션이 만성화한다면 생필품값 급등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빈곤층의 불만이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정치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아시아 각국 정책당국은 경제합리적 결정보다는 여론에 밀려 뒤늦은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를 내놓기 십상이고, 그런 때 나오는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란 극단적으로 강력한 것이 되기 쉬워, 경제를 단번에 불황으로 떨어뜨릴 위험성이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만성화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지금 아시아 개도국 경제 상황을 보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을 만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대로 인플레이션이 제어되지 못한다면 아시아는 다시 한 번 경제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엔 외환위기였지만 이번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계속) -경제교육연구소 곽해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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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연구소 곽해선(郭海銑) 소장


인플레이션이 진전되면서 아시아 각국 정부에 물가 상승세로부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가지 않도록 예방할 능력이 있는지, 그럴 정치적 의지는 있는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경제가 나쁠 때는 돈벌이가 시원찮아진다든지 물가, 금리가 급하게 오르곤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물가 오름세가 부쩍 심해지면서 돈벌이의 실질을 시원찮게 만들고 있다. 물가가 뛰면서 실세금리도 오름세이고, 장차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선제적 정책금리 인상을 고려해 볼 시점이 됐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정책금리 변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월에도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5% 수준 그대로 11개월째 묶는 결정을 내렸다.
항간에서는 통화당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풀이를 많이 한다. 물가 오름세가 급하기는 하지만 경기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간단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통화당국이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고 경기는 나빠지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면 끝내 불황 속의 인플레이션 곧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물가는, 지난 5월 4.9%로 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5.5%로 더 높이 뜀으로써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5%) 수준도 가볍게 올라섰다. 올해 1분기 5.8%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하반기에 3%대로 떨어지고 3분기부터는 물가상승률이 경제상승률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하반기 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가 되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2.0%와 9.0%가 될 것(현대경제연구원)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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