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시장에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유행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에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기업이 원가를 줄이기 위해 제품 판매 가격은 유지하면서 크기나 중량을 줄이고 품질과 성능을 떨어뜨리는 현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가격이 인상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같은 식으로 가격이 오르는 상품이 많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셈이다. 

최근 슈링크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원가 부담이 늘어난 탓이 크다. 원자재가 상승은 코로나19 팬데믹 후 세계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은 충분치 못한 탓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코로나로 입은 타격에서 채 회복되지 못한 데다 물류비 급등,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 같은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원가 부담을 줄이려면 원자재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전가하면 되지만 소비자 반발이 우려되니 고육지책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이 나온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국민경제를 생각하면 마냥 방치할 것은 못된다. 슈링크플레이션에는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려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같은 값에 산 제품에서 전과 같은 만족도를 얻지 못하면 제품과 기업에 불신을 품고 구매를 줄일 수 있고, 그 결과 기업 매출이 줄고 투자와 고용이 줄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의 부정적 효과를 줄이려면 기업이 생산 공정 효율화, 원재료 원산지 다변화, 자재 재활용에 노력해 원가 변동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 확산을 막는 노력과 함께 원자재가 안정 정책, 세제 지원 등으로 기업을 도울 필요가 있다. 
 
-월간 The K(한국교직원공제회) 2024.1월호 기고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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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의 글로벌 배출량은 전년 대비 4.6% 줄었다.
봉쇄 조치로 물자와 인력 이동, 경제 활동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영구적 감소세가 이어지길 바란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는 이런 희망을 꺾었다.
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본격 재개되면서 지난 해 연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급반등해 새 기록을 세웠다. 팬데믹 이전 최고치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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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채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기업부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이미 기록적 규모로 쌓였는데 코로나 위기를 맞고는 폭증했다.
IMF에 따르면 2020년 말 글로벌 기업부채는 83조 달러. 세계 국내총생산의 98% 규모다. 2020년에 새로 늘어난 기업부채 8조9000억 달러 중 90%는 선진국과 중국이 늘렸다.

이제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으니 기업들의 부채 상환 비용이 늘어날 것이다. 아직 코로나 위기 향배를 확언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지만, 코로나 위기가 물러가면 그동안 활발했던 정부의 재정 지원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럼 부채에 눌린 기업의 취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이 경제 회복을 앞두고 부채위기가 발생할 위험을 줄이는 데 관심을 둬야 할 시점이다.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엔 금융과 재정의 지원을 집중하고, 구조조정이나 청산이 필요한 기업들로부터는 발 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경제가 탄력적이고 생산적으로 움직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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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세계 경제는 여러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 Delta에 이어 Omicron 등 끝없이 이어지는 코로나로 인한 물류 장애와 노동력 부족, 임금 인상과 억눌린 수요에 떠밀린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 사상 최고액으로 부푼 부채와 유동성, 이 모든 현상이 중첩되면서 가중되는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 복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IMF에 따르면, Omicron 감염 급증세는 올해 1분기를 지나면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세계경제는 전염병보다는 주로 미국과 중국의 경제 둔화를 반영해, 당초 전망보다 성장세가 낮아진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내건 Build back better 재정 패키지의 입법 가능성이 낮아진 점, 공급 혼란, 인플레이션 대응에 따른 금융긴축 등이 주요 요인이고 중국은 부동산 위축과 소비 부진이 주된 악재다. 

올해 IMF가 전망한 세계 경제 성장률은 연 4.4%. 이전 전망치 연 5.0%를 많이 낮췄다. 올해 인플레이션 예측도 수정해, 당분간 가격 상승 압박이 지속되리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엔 인플레이션이 가라앉고 전년대비 3.8% 성장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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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발생 이후 후진국들이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자 WHO 등이 ‘선진국만 접종해서는 팬데믹 종식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상황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했다.

후진국권의 백신 부족 사태는 오미크론 발생지로 추정되는 아프리카가 특히 심각하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백신 접종 완료자는 지난달 15일 현재 전체 인구의 약 4%에 그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올해 세계에서 경제 성장세가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이다. IMF는, 이대로 이 지역에 백신 없는 실질 GDP 저하가 이어지면 사회 정치 불안정이 길어지면서 아프리카 대륙은 물론 세계에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선후진국 막론하고 백신이 빨리 분배될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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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사태가 글로벌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 조사에 따르면 작년에 세계 상위 20% 소득계층은 평균 기대소득(expected income)의 약 5%를, 하위 20% 계층은 약 6%를 잃었다. 
올해는 어떨까? 상위 20%는 작년에 입은 손실을 절반쯤 회복하지만 하위 20%는 소득을 5% 더 잃을 전망이다.  

글로벌 불평등 연구자로 유명한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co Milanovic, 뉴욕시립대)와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팬데믹 발생 전 세계는 국가 간 소득 격차(income inequality)를 계속 줄여왔다. 1988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 간 소득 격차는 1993년부터 2017년까지 34% 줄었다. 2013~2017년 사이엔 3.8% 줄었다. 주로 중국, 인도 등 아시아에서 경제개발이 진전된 덕이다.

하지만 팬데믹 발생 이후 상황은 반전했다. 2017~2021년 사이 국가 간 소득격차는 1.2%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염병 사태가 없었다면 해당 기간 격차도 이전 추세를 따라 2.6% 줄 것으로 예상됐었다. 최근 5년간 줄어든 격차를 코로나 사태가 직접 상쇄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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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정의로운지, 개인은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윤리적으로 옳은지를 주요 테마로 연구한다. 현대 정치철학 대가로 두 미국인, 존 롤스John B. Rawls와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이 있다.

롤스나 노직이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보는 자유주의자인데, 차이가 있다. 롤스는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려고 노력하는 게 정의롭다고 말하는 진보파다. 정부가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걷어 빈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본다. 노직은 그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보수파다. 세금을 적게 걷는 작은 정부를 지지하고,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에 부자가 딱히 책임질 필요 없으며,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전염병이 창궐한 요즘 세계 도처에서 로버트 노직의 주장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마스크 쓰고 안 쓰고는 내 자유다. 내가 마스크 안 쓰고 주사 안 맞는 게 남에게 무슨 피해 끼치나, 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며 정부의 방역 조치를 거부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집단 방역을 무력화하고 전염병 사태 해결을 지연시켜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경제적 약자들의 희생을 키운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개중에는 정권이 바뀌는 게 자신에게 득이다 싶어 정부의 방역을 열 올려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간단히 말해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살면 된다는 처신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며 마스크 착용이나 예방접종을 피하는 이들은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하는 말을 빌리면 자유주의자(libertarians)가 아니라 사회의 진보를 막는 반동분자들(reactionari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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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Worold Bank)이 올해 1월 내놓은 글로벌 생산(output) 수준 예측이다.

2010년 물가와 시장환율을 기준으로 미 달러로 표시했다.

 

2019년 이후 갈라지는 4개의 선 중 맨 위의 것은 글로벌 생산이 코로나 사태 없이 2010~2019년의 성장률 추세를 따라 성장했을 경우를 그린 것이다.

 

위에서 두 번째 청색 선이 향후 가능한 성장 추세를 예측한 베이스라인이다. 예측 시점은 2020 10.

 

세 번째 선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의료 부담의 연장, 백신 접종 지체, 광범위하게 퍼진 부채 부담 등의 문제로 베이스라인보다 성장세가 느려질 경우를 예측한 것이다. 이 경우 글로벌 생산 수준은 2022년이면 코로나 이전 2019(83.983조 달러) 수준에 이르게 된다.  

 

맨 아래 붉은 선은 성장이 더 심하게 느려질 경우를 예측했다. 이 경우 글로벌 생산 수준은 2023년에야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수준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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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OECD 통계로 2019년 기준 24.6%. 사업자의 4분의 1이 자영업자다. 36개 OECD 회원국 중 8번째로 높다. 가장 높은 곳은 콜롬비아(50.1%)이고 이어 브라질 멕시코 그리스 터키가 30%대다. 미국(6.1%)은 가장 낮다. 독일(9.6%) 일본(10.0%) 호주(9.7%) 캐나다(8.2%)도 낮은 편이다.

 

국내 자영업 종사자는 656만3000명(통계청, 2020. 11월 기준). 전체 취업자 2724만1000명의 24.1%다. 국내총생산(GDP) 내 비중도 크다. 2020년 3분기 GDP 약 458조원 중 17.5%(약 80조원)가 자영업 몫이다.

 

지난 연말 나온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는 국내 자영업자 가구(453만) 중 절반(244만 가구, 53.8%,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이 주로 숙박 음식 여가 개인서비스 등 분야에서 대면 거래를 하는데, 코로나 장기화로 매출이 급감했고 20%가 적자 본다고 보고했다. 통계는 그렇지만 실태는 더 심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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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경제는 K자로 발전하고 있다. 실물경제는 관광운수업을 필두로 침체했는데 금융부문에서는 부동산과 증권 등 자산 시세 급등으로 호경기를 구가하고 있다. 코로나(COVID-19)가 가져온 경제위기에 대응하고자 각국 정부가 일제히 유동성을 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통화량(M2) 추이가 보여주듯 세계는 지금 유동성 파티가 한창이다.

 

 

 

 

 


백신 개발 추이로 볼 때 이르면 내년 중반 이후 백신이 효과를 내면서 경제가 회복세를 탈 조짐이 보인다. 실물경제가 본격 회복되면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그간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이 회수돼야 한다.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고, 정책금리는 느리게 움직여도 시중금리는 급하게 움직일 수 있다. 경제 회복과 금리 상승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금리 상승세에 가속이 붙으면 자산 거품이 급하게 빠질 수 있다. 아직은 파티가 한창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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