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 시세가 초강세입니다. 1970년 이래 엔-달러 환율의 역사적 저점이 1995년 4월 18일 종가로 80.63엔인데, 9월 15일 엔-달러 환율이 82.88엔까지 갔습니다.
엔고는 일본산 수출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을 저해하고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줍니다. 달러 당 82엔이 마지노선이라고 밝히고 나선 일본 정부는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재개했습니다.
외환시장 개입은 정부가 시장개입 의지를 공표하는 구두개입 또는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통화를 매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엔 시세는 9월 24일 현재는 달러 당 84.56엔으로 다소 떨어졌습니다.
최근 엔 시세가 뛰는 것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탈에 비추어 이상해 보입니다. 국가부채가 GDP의 227%(2010년)나 되고, 경기가 침체해서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0.1%)인데 엔은 연일 초강세이니 말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엔 캐리트레이드의 청산 때문입니다.
엔 캐리트레이드란 일본이 1980년대 후반에 형성된 거품경제를 꺼뜨리면서 시작한 저금리 정책을 계속하면서 나온 투자방식입니다. 1995년 이후 일본은 사실상 제로 금리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를 배경으로 국제 투자가들은 저리로 엔 자금을 빌려서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등으로 바꿔 각국에서 주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도모합니다.
엔 캐리 투자는 엔과 미 달러 간에 금리 차이가 나야 수익 가능성이 있는데,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금리를 낮추자 엔-달러 간 금리차가 줄면서 엔 캐리 투자의 청산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엔 캐리 청산이란 엔 캐리 투자자들이 엔화 대출을 재원으로 삼아 각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해 외환시장에서 엔으로 바꾼 다음 갚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엔 수요가 높아져 시세가 뜁니다.
2008년 가을 이후 2009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엔 캐리 청산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다시 엔 캐리 투자가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나 미국의 경제위기 재연(더블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금을 안전자산으로 돌리려는 엔 캐리 청산이 재개되는 바람에 엔이 뛰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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