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나온 정책 보고서 'How US chip controls on China benefit and cost Korean firms(by Martin Chorzempa)'를 요약한다.

한국 기업은 근년 미-중 기술 경쟁에서 불거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휘말렸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대중 반도체 판매가 미국 규제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메모리칩의 약 40%는 중국 내 생산시설에서 제조된다. 앞으로도 한국 기업이 중국 생산시설을 계속 가동하려면 선진 반도체 제조장비나 기술이 필요한데, 이들 장비와 기술은 미국을 비롯해서 첨단 중소기업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는 여러 국가가 갖고 있다. 

일단 가까운 미래에 미국이 한국 기업들로 하여금 중국 공장 가동에 필요한 기술을 얻지 못하게 막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 내 공장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신기술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럼 한국 기업의 중국 생산시설은 향후 몇 년 사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문을 닫거나 팔아야 한다. 결국 한국 기업이 미래에도 반도체 생산을 이어가려면, 앞으로 몇 년간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몰비용(sunk cost)을 상각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새 시설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한국 기업에 손실만 안기는 것은 아니다. 중국으로서는 메모리 사업 참여를 차단당하게 되고, 이는 한국 기업에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강대국 간 긴장에서 비롯되는 이익에는 심각한 위험이 따른다. 한국 기업과 정부로서는 미중 양국에 의존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을 평가하고 훨씬 더 커진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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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고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아시아 지역 기업들의 default(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채무 불이행 위험을 가늠하려 할 때 흔히 이자보상비율(ICR, interest coverage ratios)을 본다. 기업 수익이 부채 이자를 얼마나 충당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1보다 크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커버하고도 남지만, 1보다 작으면 이자도 다 못 내는 경우다. 

IMF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중반 현재 아시아에서는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인 기업이 기업 부채의 13.95%를 갖고 있다.(세계 평균은 16.8%) 특히 중국,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걸쳐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이거나 겨우 1을 넘는 회사가 많은 부채를 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자보상비율 1 미만인 기업이 기업부채 중 22.1%를 갖고 있다.(1~4 24.1%, 4 이상 53.8%)




아시아 지역 정부, 기업,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차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훨씬 웃돈다. 당분간은 최근 몇 년간 쌓은 현금을 고금리 환경에 맞서는 버퍼(buffer)로 쓸 수 있지만, 차입 비용이 이대로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되면 부도 위험이 커진다. 
아시아 기업들은 단기 부채 비율도 높은 편이다. 당장은 현금이 많아도 앞으로 신용 여건이 빡빡해지고 단기 대출을 얻기 어려워지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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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경제가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IMF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세가 작년 3.8%에서 올해 4.6%로 가속되리라고 전망했다. 
성장의 주요 동력은 중국의 리오프닝(reopening)에 따른 소비 확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수요가 약해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IMF는 이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아시아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의 70%를, 중국과 인도는 올해 세계 성장의 절반을 만들어 낼 거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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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지리경제적 분열(geoeconomic fragmentation)이 강화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분화, 분산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구 규모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이 생산을 자국이나 믿을 만한 국가로 옮김으로써 공급망(supply chains)의 탄력성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월 미 재무장관은 기업에, 지정학적 경쟁국을 상대로 한 공급 의존을 줄이는 friend-shoring 전략을 권고했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the European Commission)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US Inflation Reduction Act)에 대응해 탄소중립산업법(the Net Zero Industry Act)을 제안했다. 중국도 지정학적 라이벌 상대 의존도를 줄이고자 수입 기술 대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IMF 분석에 따르면 결과적으로 반도체 같은 전략적 부문에서 FDI의 지경학적 분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FDI 분산이 이대로 심화하면 결국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 경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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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밀을 비롯한 주요 곡물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하필 두 나라에 전쟁이 터져 글로벌 식량 가격이 치솟았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글로벌 식량 가격은 전쟁 발발 직후인 작년 3월 최고로 치솟았다. 그 뒤로는 11개월 연속 내려, 최고치 대비 19% 낮아졌다. 그림에서 보듯 FAO가 작성하는 식량가격지수(물가상승분을 뺀 실질 지수)도 올 2월에는 전쟁 전인 재작년(2021년) 하반기 수준으로 돌아왔다. 가격을 끌어내린 주 품목은 식용유. 설탕과 육류는 가격 변화가 작았다. 


비록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지만, 지금 식량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2021년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라서 글로벌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United Nations World Food Programme) 등에 따르면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미얀마, 파키스탄, 레바논, 아프리카의 수단, 우간다, 콩고, 짐바브웨, 소말리아, 니제르, 말리 그리고 카리브해 지역 아이티(Haiti) 등에 걸쳐 10억 인구가 식량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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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세계 143개국에 걸쳐 측정하는 글로벌 불확실성 지수를 업데이트했다. 


그림으로 표시한 불확실성 지수(수치가 높을수록 불확실성이 높다)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과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가 간에 지리경제적 파편화(geoeconomic fragmentation) 위험이 높아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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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성장세가 후퇴하고 있다. 

2020년 초 이후 코로나 사태, 작년 초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통화를 긴축한 영향이 크다. 

 

세계은행이 내놓은 최신 전망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는 작년 전년대비 2.9%에서 올해 1.7%로 후퇴한다. 지난 30년간 사상 세 번째로 약한 성장세다. 


세계은행이 전망하는 성장세마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곳곳에 암초가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아 통화 긴축과 금융 스트레스 강도가 더 강해질 수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 미-중 분쟁 등이 심화할 수 있다. 

정부가 정책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는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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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일로였던 글로벌 부채비율이 감소했다.

IMF에 따르면 글로벌 부채는 작년 말 사상 최대 규모인 235조 달러로 부풀었다. 부채비율은 공공 부채와 민간 부채를 합쳐 글로벌 GDP의 247% 수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228%)에 비하면 19%포인트 높다. 하지만 2020년(257%)보다는 10% 포인트 줄어, 70년 만에 가장 급격한 감소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반등과 뒤이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비금융기업 부채와 가계 부채를 포함한 민간 부채 부문에서 부채비율은 2020년보다 6%포인트 줄어, GDP의 153%를 기록했다. 공공 부문 부채비율도 수십 년 만에 최대 폭(4%포인트) 줄어, GDP의 96%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줄었지만 부채 규모가 이미 너무 크다. 그런데다 향후 경기는 나빠지고 차입 비용은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부채 관리가 세계 경제에 큰 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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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10월 IMF가 발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9%(7.26 발표)에서 2.7%로 낮아졌다.(한국: 2.1%→2.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 전염병 지속에 따른 중국의 봉쇄와 공급망 붕괴 같은 변수가 혼합된 역풍에 직면한 결과다. 

IMF가 최근 몇 달 동안 G20 경제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활동을 추적해 설문조사로 측정한 구매관리자지수(PMI: purchasing manager indices)도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경기 침체 전망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기세를 낮추고 부채위기를 넘기려면 앞으로도 재정과 통화의 지속적 긴축이 필요해 보인다. 향후 몇 달 동안 G20 경제는 더 긴축될 것이고, 주택 부문처럼 금리에 민감한 경제 활동에 걸리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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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왕성했던 세계화(globalization) 트렌드가 쇠퇴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 Douglas A. Irwin의 최근 연구보고에 따르면, 1870년 이후 세계화 추세는 4개 국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국면 1: 1870년 이후 1차 대전 발발 전까지. 교통 발전으로 경제 통합이 진전됐다.

국면 2: 1차 대전 발발 후 2차 대전 종전까지. 대공황 기간 고조됐던 보호무역주의와 전쟁에 따른 경제 혼란으로 세계화가 후퇴한 시기다.

국면 3: 2차 대전 종전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글로벌 경제 통합과 국제 경제 협력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된 시기다. 세계 각국에서 경제 자유화가 수용됐고 대형 신흥시장에서 무역 장벽이 제거됐다. 2008년 무역개방지수(trade openness index, 글로벌 GDP 대비 무역액의 비율)가 60.1%로 정점을 찍었다.

국면 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 통합이 쇠퇴하면서 ‘느린 세계화(slowbalization)’ 내지 탈세계화(deglobalization)가 이어지는 시대. 중국과 미국이 상호 무역장벽을 세우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자급자족을 추구하는 쪽으로 돌아선 점, 코로나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탈세계화에 탄력을 더하면서 2021년 무역개방지수는 57.2%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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