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경제는 잘 나가고 중국은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바이든 행정부도 자국이 대중 경제 주도권을 확대해 정책적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중국 경기가 최근 침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2020~2023년 기간을 놓고 보면 바이든 정부 주장은 통계적 착시다. 해당 기간 실질 성장률은 중국이 미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두 가지가 착시의 요인이다. 첫째, 근년 미국 물가가 중국보다 세 배 가까이 급등해 미국의 명목 GDP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둘째, 연준이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급등시킨 이후 글로벌 투자자가 위안화 표시 금융 자산을 팔면서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했다. 위안화 표시 중국의 명목 GDP를 달러로 환산하면 중국 GDP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분기 동안 미국 인플레이션이 진정됐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2024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2020~2023년 물가상승률 조정 후 측정한 실질 GDP 상승률은 미국이 중국을 능가했다.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예일대 철학 교수 Jason Stanley는 Project Syndicate 기고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이 너무 예측 가능했다’고 썼다.
그에 따르면 정치철학자들은 2,300년 전 플라톤(Plato)이 The Republic을 쓴 이래 선동가들이 어떻게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거쳐 집권하는지 알고 있었다.
민주주의에서는 정부 기관을 이끌기에 완전히 부적합한 사람도 자유롭게 공직에 출마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적합성의 한 가지 지표는, 자신이 ‘국민이 인식하는 국가 안팎의 적을 막아주는 사람’이라는 거짓말을 기꺼이 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플라톤은, 평범한 사람들은 감정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에 그런 거짓 메시지에 취약하다고 여겼다.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주장했듯이 민주주의는 사회에 불평등이 고착되고 노골화했을 때 가장 취약하다. 선동가들은 사람들이 깊은 사회경제적 격차로부터 품는 분노를 제물로 삼아 집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소는, 민주주의에는 광범위한 평등이 필요하며, 그래야 선동가들이 사람들의 분노를 쉽게 이용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Stanley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에는 건강하고 안정된 민주주의에 필요한 물질적 조건이 부족하다. 단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지금 미국은 거대한 부의 불평등이 사회적 응집력을 약화시키고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됐다. 이런 조건에서는 민주주의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이번 선거 결과가 놀랄 일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가에는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에 호소하는 정치는 명시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작동했다. 예를 들어 2008년 선거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John McCain)은, 지지자들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민주당 후보를 가리켜 ‘외국 태생의 아랍인’이라며 인종차별적 고정관념과 음모론을 띄웠을 때, 편승하지 않았다. 매케인은 패배했지만, 분열적이고 폭력적인 정치 행태에 관여하지 않은 성실한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반면 트럼프(Trump)는 2016년부터 미국 정가의 오래된 암묵적 합의를 폐기하고 이민자를 ‘해충’으로, 정치적 반대자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조건에서는 명시적으로 인종차별 등 '적들'에 맞서자고 호소하는 정치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정치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은 폭군이 된다.
10월 PIIE 전망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글로벌 실질 GDP 증가율은 다 같이 연 3.2%다.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와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다만 선진국과 신흥시장 간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실질 GDP 성장률이 2023년 연 3.9%에서 올해 2.8%로 내려서고 내년에는 2.0%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영국도 재정난과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성장이 정체된다. 일본 경제는 올해 소폭 위축되지만 내년에는 평시 성장 속도를 되찾을 것 같다. 유로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잦아들어 실질소득을 키우고 ECB의 금리 인하로 경제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재정과 통화를 풀고 있지만 소비 수요와 부동산 비즈니스의 부진, 외국인 투자 감소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신흥국 중 가장 성과가 좋은 인도는 국내 개혁과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성장세가 견조하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으로 인해 성장이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열심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국민소득이 급감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마이클 A. 클레멘스(Michael Clemens) PIIE 선임 연구원의 연구(이민이냐 정체냐, Migration or stagnation: Aging and economic growth in Korea today, the world tomorrow)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금 고령화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향후 노동 이민(labor migration)을 늘리지 않으면 소득과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이후 추가 이민이 없다고 가정할 때 고령화는 앞으로 우리 국민소득을 누적적으로 줄여, 2072년까지 1인당 21%의 손실을 보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클레멘스에 따르면 문제를 해결할 방책이 있다. 말레이시아나 호주의 사례를 따라, 향후 40년간 외국인 노동자 비율을 전체 노동자의 15%수준까지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령화로 인한 경제 성장률 감소분을 대부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1세기 들어 이민 문호를 열었다. 지금은 약 100만 명 정도 비시민권 취업자(임시 취업자와 영주권자 합산)를 고용 비자로 고용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3% 수준에 그친다. 다른 경제권에 비하면 이제 막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적 잠재력을 활용하기 시작한 단계다. 고령화를 상쇄하려면 향후 이민 정책에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한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지만 세계은행 분석(세계경제전망보고서, 6월)은 세계 수준에서 저금리 도래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향후에도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되고는 있지만 이전 예상보다 속도가 느려서 선진국 금리가 2026년까지는 지난 1990~2019년 평균치보다 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금리가 더 오를 수 있고, 그로 인해 글로벌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대선 후보 트럼프의 무역과 세금 정책, 곧 감세와 관세 인상은 미 정부의 소득세 의존도는 줄이고 수입 관세 의존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미국의 저소득층과 중간 소득층은 세 부담이 늘고, 상위 소득자만 세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PIIE 연구원 Kimberly A. Clausing과 Mary E. Lovely의 정책 연구 ‘트럼프의 관세 제안은 왜 일하는 미국인에게 해를 끼치나’에 따르면, 트럼프 정책이 실행되면 미국에서 소득 하위 20%(1분위) 근로자는 세후 소득이 3.7% 줄어들고 상위 1%는 1.4% 증가한다.
관세 인상은 수입 경쟁이나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대신 미국과 대미 교역국 사이에 보복과 불신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경제적 충격과 피해, 국제적 긴장을 유발할 것이다.
최근 IMF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이코노미스트들이 한, 일 양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여성의 노동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놓았다. 요지를 소개한다.
지금 두 나라 여성은 구미 선진국 여성에 비해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데 특히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결혼하거나 출산하면 이후 승진이 늦어진다. 남성보다 고용과 임금 측면에서 격차가 크다. 민간 부문 고위 관리직에서 여성은 15% 미만으로, G20 국가(평균 34%)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둘째, 사회 규범이 여성에게 무거운 부담을 지운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5배 더 많은 무급 가사와 돌봄을 수행하는데, 이는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 남녀간 무급노동 격차다. 남자들은 더 후한 수당을 받지만 출산 휴가를 덜 사용한다.
셋째, 적절한 보육 시설을 찾기 어렵다.
넷째, 여성에게 불리한 노동시장의 이중성. 많은 여성이 임금이 낮고 역량 개발과 경력 발전 기회가 제한된 임시직, 시간제, 또는 기타 유형의 비정규직을 맡는다. 자녀가 어릴 때 일을 그만둔 일부 여성은 비정규직으로만 복귀할 수 있다. 연공서열 기반의 승진 제도도 일터로 복귀하는 여성에게 불리하다.
다섯째, 직장에서 근무 방식이 흔히 가족 친화적이지 않다. 긴 근무 시간, 유연성 없는 일정, 제한된 원격근무로 인해 일과 육아를 균형 있게 유지하기 어렵다.
다섯 가지 모두 결과적으로 출산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과 일본의 출산율은 각각 0.72명과 1.2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
무엇보다 문화와 사회 규범을 진보적으로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 성별 격차를 좁히고 가족 친화적 정책을 펴 여성을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면 출산율 감소 추세를 역전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키워 두 나라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비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성과 기반 승진을 장려하고, 여성의 경력 개발을 지원하고 직업 이동성을 촉진해야 한다.
둘째, 보육 시설을 확장하고 원격근무와 유연 근무 시간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남성의 출산휴가 사용을 늘리는 등 남성이 가정과 육아에 더 많이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인센티브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