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도 유행이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부동산 투자가, 주가 흐름이 좋을 때는 주식 투자가 유행하는 식이다. 요즘 유행은 내외 경기가 안 좋다 보니 현금 흐름과 안정성을 중시한다. 다달이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역시 다달이 현금이 나오는 즉시연금보험이나 월지급식 펀드 같은 것이 관심을 끌고 있다.

 

주로 금융회사에 소속을 둔 재테크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너무 쏠려 있는 자산을 펀드나 예금 등 금융자산으로 적절히 옮겨놓을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라면 쓸 데 없이 큰 집을 갖고 있기보다 팔아서 작은 집을 사고 일부는 연금 수입을 주는 펀드나 보험에 드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반만 맞는 얘기다거품 낀 부동산은 속히 처분하고 현금을 확보해두는 것은 어느 때나 필요하지만 펀드 혹은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 보험에 목돈을 묻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 경제엔 지금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있다. 이 마당에 펀드로 고수익을 내려면 파생상품 투자밖에 뾰족한 길이 없는데 이거야말로 위험을 무릅쓰는 투자다. 그런가 하면 저축성보험은 인플레 리스크에 취약하다. 뿐만 아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나 투자자문회사의 파생상품 투자 실패 같은 예에서 보듯 금융사에 돈을 맡기면 금융사가 자산을 잘못 운용하는 리스크까지 져야 한다.

 

그럴 바엔 거품이 적은 부동산을 골라 장기 보유하면서 실거주로 실속을 챙기거나 임대수익,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게 낫다. 부동산은 인플레 리스크에 강하다. 디플레에 취약하다지만 불황 때 저평가된 가치는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펀드에 들 때처럼 남에게 맡겼다 돈을 잃을 위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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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 침체가 심하다. 올 들어선 점점 가속이 붙는 느낌인데, 중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웬만한 집은 한창 때 비해 족히 30%는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 와중에 시세가 비교적 덜 떨어지는 집이 있고, 한창 때 시세를 고수하는 집도 있고, 오히려 오르는 집도 있다. 대개 역세권이며 학군이며 생활편의시설 같은 필수 인프라를 갖춘 요지에 있되 새 집이거나, 낡은 집이라도 장차 가격을 올릴 만한 호재가 있거나 당장 공급이 달리는 소형 아파트처럼 실수요가 몰리는 경우다. 집값에서 거품이 빠지면서 옥석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지금 같은 시기엔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단기로 볼 때 지금은, 자금 여유가 있는 투자자라면 느긋하게 가치 있는 집을 골라 손에 넣을 기회다
 

어쩌면 집값이 예서 더 떨어질 수도 있으니 현찰을 쥐고 있는 게 안심 아닐까?

현찰은 늘 인플레에 노출되어 있다는 게 문제다. 리만브라더스 사태 이래 세계가 디플레 도래를 막고자 돈을 쏟아 붓는 지금은 더 그렇다.
그런데 지금 같은 글로벌 인플레 조장책은 결국 실패해 디플레가 닥칠 수도 있고 일부 논자가 주장하듯 성패와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디플레로 귀결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현금 보유가 상책이다. 실례로 1990년 초 이래 장기 디플레에 빠진 일본에선 현금 보유가 자산관리의 상책으로 통한다. 2010 6월 기준으로 일본 전체 가계 금융자산 1445조 엔 중 55.7%806조 엔이 현금과 예금이다.

 

우리나라에도 디플레가 닥칠까.

조짐이 없지 않다. 집값 하락도 그렇지만 최근 생필품 가격이 뛰면서 서민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현상 등이 나타나는 걸 보면 불길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미래를 쥔 관건은 아무래도 해외요인이다미국과 유럽, 중국 경제가 디플레에 빠지지 않는다면 우리도 디플레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경제는 인플레가 정상태다. 디플레는 비정상태다. 현대 세계는 1929년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15년간은 대공황과 불황을 치러냈지만 그 이후엔 장기 디플레를 겪지 않았다. 우리나라 현대 경제사도 인플레의 역사다. 1980 500원 하던 자장면은 지금 5, 6천원으로 10배 이상 뛰었고 사립대 등록금은 3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25배 이상, 3천만원 하던 서울 20평 아파트는 10배 넘게 뛰었다.

현금은 연 5% 월복리로 계산해서 15년이 지나야 2배, 30년이 지나야 4배 액수가 된다. 연 10% 월복리로 계산하면 15년이 지나야 4배다. 1980, 90년대엔 정기예금 금리가 연 10%였던 걸 감안해 80년 이후 현재까지 30년 사이 월복리로 예치했다고 가정해도 현금은 7배로 불어나는 정도다.

 

글로벌 경제가 일시 비틀거려도 결국은 정상태로 회귀하리라고 믿는다면 여전히 부동산 투자를 할 만하다. 디플레가 올 거라고 비관한다면 부동산 투자를 접고 현금 예금을 늘리거나 금, 은을 사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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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의 인플레이션 파고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해외에서는 아시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타격을 입고 아시아로부터 선진국들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수출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아시아 내부만 들여다보면, 아시아 국가들이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일제히 금리와 통화 시세를 낮게 유지해 수출과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지속했고 그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둔 뒤에도 정책을 바꾸지 않고 유지했던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시아 각국에서는 그동안 금리와 통화 시세를 낮게 유지해 수출에 성과를 내면서 외환보유액과 무역흑자가 급증하고 높은 성장률을 지속했다. 그 대신 인플레이션이 점증했다.

 한동안 상당한 성장을 이룬 대신 인플레이션 파고가 높아진 상황을 감안하면 진작 중앙은행들이 나서서 정책금리를 올림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억제하는 노력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21세기 들어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쓰면서 국제자금이 아시아로 유입되어 아시아 통화 시세를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통화 시세가 오르면 수출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는데, 그 위에 정책금리까지 오르면 통화 시세를 더 높이는 결과가 빚어지고 수출 감소와 경기 하락까지 부를 가능성이 있다.

 즉 아시아 각국에서는 미국의 통화(달러) 완화 정책으로 인해 통화 시세가 올랐고 그 바람에 인플레이션 파고가 높아지는데도 중앙은행이 나서서 정책금리를 올릴 필요성 내지 명분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걸 두고 해외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이 미국으로부터 통화 완화 환경을 수입한 셈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아시아 경제에 독이 됐다.


아시아에 남은 것은 인플레이션이 한층 가속되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실질금리(명목이자율―인플레이션율) 는 평균 -1.7%로 이미 마이너스 수준이며, 이는 10년 전 금융위기 전후 수준보다 크게 낮다.(UBS은행)


지금이라도 아시아가 서둘러 긴축 정책을 펴지 못하면 발등의 불로 닥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만성적 인플레이션으로 넘어가고, 다음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긴축정책을 펼 경우 국민경제에 단기적으로 고통이 오고 국민의 정치적 불만이 높아질 텐데 아시아 각국에서 집권 정부, 여당이 그런 정치 비용을 치르려 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간단치 않다. 긴축정책은 인기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 대응을 미룰 만큼 아시아의 경제 사정이 온전한 것도 아니다. '긴축정책은 인기 없다' 해서 자꾸 미루기만 하다가는, 나중엔 원하든 않든 훨씬 더 강도 높은 긴축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격이 되고, 국가경제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


아시아에서 인플레이션이 거침없이 진전되면서 서방 관측통 사이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 정부에 국내 및 수입 물가 상승세로 인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할 능력이 있는지, 그렇게 하려는 정치적 의지는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끝) -경제교육연구소 곽해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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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인플레이션 파고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해외에서는 이미 아시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타격을 입고 아시아로부터 선진국들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수출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가 6월 13일자 파이낸셜타임스(
Financial Times)에서,‘아시아에서 만들어진(made in asia) 새로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 전형적인 예다.


 스티븐 로치에 공감하는 다른 논조도 있다.
아시아는 인플레이션에 버틸 수 있을까?’(Rise in the east: Could Asia buckle under the burden of inflation? / Chris Giles & Raphael Minder)를 제목으로 단 파이낸셜타임스(FT) 최근 기고는, 올 들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한 구미 지역의 신용위기와 실물경기 퇴조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널리 받아들여졌던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을 수정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요지는 이렇다.


6개월 전만 해도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고성장ㆍ저물가를 자랑했고, 세계의 다른 국가들은 아시아를 부러워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진 뒤 미국과 유럽이 겪고 있는 신용위기를 지켜보면서 아시아가 주로 우려했던 것은 신용위기가 아시아에 어떤 타격을 입힐 것인가 하는 문제였고, 이에 대해서는 미국ㆍ유럽의 경기 둔화가 아시아 지역의 수요 증가로 인해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의 수요 둔화로 당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볼 수 있으리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빗나갔다. 미국의 소비자 수요를 둔화시킬 뿐 아니라 아시아 경제에 가장 큰 대외 충격을 미치는 존재는 바로 인플레이션이었다.’


사실이 그렇다면 올해 그리고 내년의 세계 경제는 지금까지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주로 낙관한 것처럼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인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선전(善戰)으로 성장세를 그럭저럭 지탱해나가는 게 아니라,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를 일으킨 구미 선진국에 질세라 아시아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냄으로써 세계 경제를 난국으로 이끈다는 얘기가 된다. (계속) - 경제교육연구소 곽해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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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 급등세는 우리나라뿐 아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인플레이션 파고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가장 심한
베트남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2%로 폭등했다. 태국도 7.6%로 뛰어 10년 만에 최고 기록을 냈다.
 전체 아시아 개도국의 4월 평균 상승률은 7.5%. 최근 9년 반 사이 최고치에 가깝고 한 해 전 3.6%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5월까지 4개월에 걸친 연평균 인플레이션율이 8.3%로 치솟았다. 1990년대 중반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기할 것은, 지금 아시아 각국에서 급증하는 물가상승률의 주요 부분이 에너지와 식료품이라는 점이다.

에너지와 식료품값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체 세계가 다 경험하고 있는데, 아시아만 특기할 이유가 무엇인가.


 아시아 개도국들은 서방 선진국과 달리 식품 가격 상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개도국들은 서방 선진국들에 비해 국내 지출에서 기초식품이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선 식품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비교적 작지만 중국은 33%, 인도는 57%다. 식품 가격 상승으로부터 받는 경제적 타격이 선진국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아시아 각국이 향후 생필품 가격 상승을 포함한 인플레이션 기세를 제어할 수 있다면 모르되 그러지 못하고 인플레이션이 만성화한다면 생필품값 급등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빈곤층의 불만이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 정치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아시아 각국 정책당국은 경제합리적 결정보다는 여론에 밀려 뒤늦은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를 내놓기 십상이고, 그런 때 나오는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란 극단적으로 강력한 것이 되기 쉬워, 경제를 단번에 불황으로 떨어뜨릴 위험성이 있다.


 문제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만성화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지금 아시아 개도국 경제 상황을 보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을 만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대로 인플레이션이 제어되지 못한다면 아시아는 다시 한 번 경제대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엔 외환위기였지만 이번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계속) -경제교육연구소 곽해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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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육연구소 곽해선(郭海銑) 소장


인플레이션이 진전되면서 아시아 각국 정부에 물가 상승세로부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가지 않도록 예방할 능력이 있는지, 그럴 정치적 의지는 있는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경제가 나쁠 때는 돈벌이가 시원찮아진다든지 물가, 금리가 급하게 오르곤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물가 오름세가 부쩍 심해지면서 돈벌이의 실질을 시원찮게 만들고 있다. 물가가 뛰면서 실세금리도 오름세이고, 장차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선제적 정책금리 인상을 고려해 볼 시점이 됐다.


 그러나 통화당국은 정책금리 변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월에도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5% 수준 그대로 11개월째 묶는 결정을 내렸다.
항간에서는 통화당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풀이를 많이 한다. 물가 오름세가 급하기는 하지만 경기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간단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통화당국이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고 경기는 나빠지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면 끝내 불황 속의 인플레이션 곧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물가는, 지난 5월 4.9%로 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 5.5%로 더 높이 뜀으로써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5%) 수준도 가볍게 올라섰다. 올해 1분기 5.8%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하반기에 3%대로 떨어지고 3분기부터는 물가상승률이 경제상승률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하반기 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가 되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2.0%와 9.0%가 될 것(현대경제연구원)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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