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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예일대 철학 교수 Jason Stanley는 Project Syndicate 기고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종말이 너무 예측 가능했다’고 썼다. 

그에 따르면 정치철학자들은 2,300년 전 플라톤(Plato)이 The Republic을 쓴 이래 선동가들이 어떻게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거쳐 집권하는지 알고 있었다.

민주주의에서는 정부 기관을 이끌기에 완전히 부적합한 사람도 자유롭게 공직에 출마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부적합성의 한 가지 지표는, 자신이 ‘국민이 인식하는 국가 안팎의 적을 막아주는 사람’이라는 거짓말을 기꺼이 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플라톤은, 평범한 사람들은 감정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에 그런 거짓 메시지에 취약하다고 여겼다.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가 주장했듯이 민주주의는 사회에 불평등이 고착되고 노골화했을 때 가장 취약하다. 선동가들은 사람들이 깊은 사회경제적 격차로부터 품는  분노를 제물로 삼아 집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소는, 민주주의에는 광범위한 평등이 필요하며, 그래야 선동가들이 사람들의 분노를 쉽게 이용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Stanley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에는 건강하고 안정된 민주주의에 필요한 물질적 조건이 부족하다. 단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지금 미국은 거대한 부의 불평등이 사회적 응집력을 약화시키고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됐다. 이런 조건에서는 민주주의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이번 선거 결과가 놀랄 일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가에는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에 호소하는 정치는 명시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작동했다. 예를 들어 2008년 선거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John McCain)은, 지지자들이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민주당 후보를 가리켜 ‘외국 태생의 아랍인’이라며 인종차별적 고정관념과 음모론을 띄웠을 때, 편승하지 않았다. 매케인은 패배했지만, 분열적이고 폭력적인 정치 행태에 관여하지 않은 성실한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반면 트럼프(Trump)는 2016년부터 미국 정가의 오래된 암묵적 합의를 폐기하고 이민자를 ‘해충’으로, 정치적 반대자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조건에서는 명시적으로 인종차별 등 '적들'에 맞서자고 호소하는 정치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정치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은 폭군이 된다.

Posted by 300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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