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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05 글로벌 불황 얼마나 오래 갈까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졌다. 리서치 회사 TS롬바드는 GDP 규모로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이 올해 잘 해야 2% 성장하리라고 예상한다. 

Peter S. Goodman에 따르면 21세기 세계는 세계화가 지구촌의 집단 재난에 보험이 되어준다는 생각을 발전시켰다.(The New York Times, Why the Global Recession Could Last a Long Time, 4.1) 

세계화한 경제 구도 속에서 세계는 지구촌 일부에 경제 재난이 닥치더라도 지구촌 다른 곳이 경제를 성장시키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르는 충격을 덜어주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발생한 글로벌 불황은 세계화가 지구촌의 집단 재난에 보험이 된다는 생각을 의심하게 했다. 지금은 더 그렇다. 그야말로 어디에도 피난처가 없는 글로벌 비상사태가 닥쳤기 때문이다.

처음 중국 우한에서 유행병이 출현했을 때는, 중국이 문을 닫으면 애플이나 제너럴 모터스 같은 국제적 대기업들이나 중국 시장에서 판매 손실을 겪으리라는 관측이 있었다. 설사 타격을 입더라도 여름께는 회복하리라고 봤다. 하지만 전염병이 이탈리아로, 유럽 전역으로, 미국으로 퍼지자 세계 어디나 공급망과 수요에 타격을 받았다.

이 불황이 얼마나 오래 갈까.
역병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Ed Yong을 비롯한 식자들이 짐작하기로, COVID-19 사태가 끝나려면 지금 스웨덴이 하는 실험처럼 상당수 인류가 역병에 걸리고도 살아남아 항체를 만들거나, 아니면 백신이 개발되어야 한다.(How the Pandemic will end, The Atlantic, 3.25) 짧게 잡아도 1년은 글로벌 불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어쩌면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리서치사 IHS Markit은 최근 연구에서 대부분의 경제가 COVID-19 이전 생산량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3년이 걸릴 거라고 밝혔다. 

불황이 오래 가면 갈수록 생산력이 파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대량 실업과 파산은 사회적 비용을 늘리고 투자와 혁신을 고갈시켜 산업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유엔 무역 개발 회의(UNCTA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는 올해 전 세계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40퍼센트 줄어들 거라고 예측했다.  역병이 진정된 뒤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감이 지속될 수 있고 그럴 경우 소비자지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거 미국인들은 대공황 이후 몇 년 동안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크게 늘렸는데 이제 다시 그럴 수도 있다. 세계 경제 활동 비중에서 소비자지출이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상황이 부쩍 나빠졌다.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입 식품과 연료에 더 많은 돈을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됐고, 그렇지 않아도 많은 빚을 진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미흡한 의료 시스템은 전염병으로 아예 붕괴 위기에 처했다.
유엔 무역 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부터 내년 말까지 개발도상국들은 약 2조 7천억달러의 빚을 갚아야 한다. 평시 같으면 대부분 부채를 차환할 수 있지만 최근 경제위기로 자금 이탈이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이 신규 대출에 더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미 유엔 기구는 남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2조 5천억달러어치 구제를 요청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조 달러 대출, 채권자들로부터 1조 달러 부채 탕감, 건강 회복을 위한 5,000억달러 추가적인 지원을 패키지로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낙관도 나온다. 중국이 바이러스를 누르고 업무 복귀를 시작했으며 글로벌 경제에 곧 다시 온기가 돌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공장들이 다시 활기를 띠면 대만에서 만들어진 컴퓨터 칩, 잠비아에서 채굴된 구리, 아르헨티나에서 재배한 콩이 다시 판로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미국이 여전히 역병과 싸우고 유럽이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남아프리카가 융자를 얻지 못한다면 중국 상품 수요도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osted by 300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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