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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14 미-중 전쟁, 일어날까

미국과 중국이 경제, 외교 등 다방면에서 충돌이 잦다. 미-중 분쟁을 우려하는 미국 지식인의 시각을 소개한다. Joseph S. Nye, Jr. 교수(하버드대)가 평론매체 Project Syndicate에 최근 기고한 What Could Cause a US-China War?(2021.3.12)을 발췌했다. //

역사가 투키디데스(Thucydides)는 고대 그리스 세계를 분열시킨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두 가지 이유로 일어났다고 전했다. 하나는 아테네의 부상, 다른 하나는 아테네의 부상이 기성 권력 스파르타에 만들어낸 공포다. 

역사를 보면 변화하는 힘의 균형을 잘못 인식한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당시 미국은 쇠퇴하는데 소련은 부상해서 미국에 점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 국제 균형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당시 닉슨이 이해한 ‘미국의 쇠퇴’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 생산에서 인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가 정상 상태로 복귀하는 현상이었을 뿐이다. 닉슨은 다극성(multipolarity)을 선언했지만, 20년 뒤  소련은 사라졌고 미국 단극 체제(unipolar moment)가 나타났다. 

오늘날, 일부 중국 분석가들은 미국의 저력을 과소평가하고 중국의 지배를 예측한다. 일부 미국인들은 중국 권력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한다. 둘 다 위험한 계산 착오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냉전이나 열전을 일으킬 수 있는 과장된 공포를 피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권력관계에 대한 오해를 피해야 한다.

달러로 환산하면 지금 중국 경제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 정도 규모다. 향후 중국과 미국의 성장률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2030년대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지도자들은 향후 미중간 관계를 건설적 관계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에 굴복할 것인가? 중국 지도자들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과 미국 양자간 힘의 분배가 변화하는 가운데 세계 공공재 생산에 협력하는 법을 배울 것인가?

설사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된다 해도 국민소득만이 지정학적 힘의 척도는 아니다. 소프트파워에서는 중국이 미국에 크게 뒤지고 있고,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중국의 4배 가까이 된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군사력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군사력 균형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분석가들은 중국이 서태평양에서 미국을 배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한편 미국은 한때 세계 최대의 무역 경제국이자 최대 대출국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미국을 가장 큰 무역 파트너로 꼽고 있는 나라가 57개국인 데 비해 중국을 가장 큰 무역 파트너로 꼽는 나라가 거의 100개국이다. 중국은 향후 10년 동안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elt and Road Initiative)로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에 1조 달러 이상을 대출할 계획이지만 미국은 글로벌 지원을 축소했다. 중국은 시장 규모뿐 아니라 해외 투자와 개발 지원으로 경제력을 얻을 것이다. 미국에 비해 중국이 전반적으로 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의 균형은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은 중국의 취약 분야와 대비되는 몇 가지 장기적인 전력 우위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지정학이다. 미국은 향후 계속 우호세력으로 남을 것으로 보이는 바다와 이웃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다. 중국은 14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인도, 일본, 베트남과의 영토 분쟁은 중국의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제한한다.

에너지는 미국이 유리한 또 다른 분야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은 수입에너지에 의존했지만 셰일혁명은 북미를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시켰다. 동시에, 중국은 중동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고, 해로를 통한 에너지 운송에서 인도와의 갈등  관계가 부각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은 인구통계학적 이점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인구 기준으로는 유일하게 글로벌 순위(3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주요 선진국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인구 증가율은 둔화되었지만 러시아, 유럽, 일본처럼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중국은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간다"고 두려워한다. 두려워하는 게 옳다. 인도는 곧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되면서 중국을 추월할 것이고, 인도의 노동력은 2015년에 정점을 찍었다.

미국은 21세기 경제 성장의 중심인 핵심 기술(바이오, 나노, 정보)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일부 분야에서는 유능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세계 톱 20대 연구 대학 중 15개는 미국에 있고, 중국에는 없다.

팍스 시니카(Pax Sinica)와 미국의 쇠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힘의 원천이 되는 자원(power resources)의 전체 범위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자만심은 항상 위험하지만 과장된 두려움도 과잉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위험한 것은 미국의 쇠퇴를 믿고 중국이 더 큰 위험을 무릅쓰게 이끄는 중국 민족주의의 팽창이다. 양측 모두 계산 착오를 조심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종종 직면하는 가장 큰 위험은 우리 자신이 저지르는 오류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300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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