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정의로운지, 개인은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윤리적으로 옳은지를 주요 테마로 연구한다. 현대 정치철학 대가로 두 미국인, 존 롤스John B. Rawls와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이 있다.

롤스나 노직이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보는 자유주의자인데, 차이가 있다. 롤스는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려고 노력하는 게 정의롭다고 말하는 진보파다. 정부가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걷어 빈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본다. 노직은 그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보수파다. 세금을 적게 걷는 작은 정부를 지지하고,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에 부자가 딱히 책임질 필요 없으며,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전염병이 창궐한 요즘 세계 도처에서 로버트 노직의 주장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마스크 쓰고 안 쓰고는 내 자유다. 내가 마스크 안 쓰고 주사 안 맞는 게 남에게 무슨 피해 끼치나, 난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며 정부의 방역 조치를 거부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집단 방역을 무력화하고 전염병 사태 해결을 지연시켜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경제적 약자들의 희생을 키운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개중에는 정권이 바뀌는 게 자신에게 득이다 싶어 정부의 방역을 열 올려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간단히 말해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살면 된다는 처신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며 마스크 착용이나 예방접종을 피하는 이들은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하는 말을 빌리면 자유주의자(libertarians)가 아니라 사회의 진보를 막는 반동분자들(reactionari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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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대유행이 글로벌 경제 격차를 키우고 있다.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우 팬데믹 전 20년간,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어 빈곤과 소득격차가 줄고 기대수명을 늘릴 수 있었다. 이젠 어렵게 됐다. 전염병 대유행 탓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제가 후퇴하고 GDP가 줄어들면서 다시 빈곤이 늘고 소득격차가 커질 전망이다. 

지니계수 추이가 단적인 지표다. IMF가 올해 106개국의 GDP 성장 전망치를 활용해 추계한 지니계수를 보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 평균치가 2008년 수준에 맞먹는 42.7까지 오른다.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소득격차가 커지고, 전체 소득 중 고소득자 몫이 커진다.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소득격차가 커지기 쉽고 저소득층 복지수준이 후퇴하기 쉽다. 신흥시장국과 개도국은 특히 팬데믹으로 성장세가 반전되고 소득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저소득층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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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사태로 인한 대봉쇄(global lockdown) 후 세계 경기는 침체에 빠졌다. 경기 침체가 세계 범위라는 점에서 1920년대 말 대공황 후 처음 겪는 진정한 글로벌 경제위기다. 전염병 사태 후 세계 경제에 나타난 특징을 최근 IMF가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대규모 공급 충격이 발생하고 상당 규모 재정, 통화 완화 정책이 시행됐는데도 식량 부문을 제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 

둘째, 실물 경기 급락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일시 타격을 받았을 뿐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로 미루어 금융시장은 앞으로 변동성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경제위기가 오면 제조업이 타격을 받게 마련인데 이번엔 선후진국 막론하고 서비스업 수요가 제조업 수요보다 크게 위축됐다.(봉쇄를 철저히 한 중국과 대만, 봉쇄를 전연 하지 않은 스웨덴은 예외다.)

그림은 선진국과 신흥/개도국을 대상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문에서 전염병 사태 전후 PMI지수(purchasing managers' index)를 비교한 것이다. 청색 막대는 전염병 사태 직전인 올 2월(중국과 타이완은 1월), 적색 막대는 전염병 발생 뒤인 올 4월(중국과 타이완은 2월) 수치다. PMI지수는 50 이상일 때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수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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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졌다. 리서치 회사 TS롬바드는 GDP 규모로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이 올해 잘 해야 2% 성장하리라고 예상한다. 

Peter S. Goodman에 따르면 21세기 세계는 세계화가 지구촌의 집단 재난에 보험이 되어준다는 생각을 발전시켰다.(The New York Times, Why the Global Recession Could Last a Long Time, 4.1) 

세계화한 경제 구도 속에서 세계는 지구촌 일부에 경제 재난이 닥치더라도 지구촌 다른 곳이 경제를 성장시키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르는 충격을 덜어주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발생한 글로벌 불황은 세계화가 지구촌의 집단 재난에 보험이 된다는 생각을 의심하게 했다. 지금은 더 그렇다. 그야말로 어디에도 피난처가 없는 글로벌 비상사태가 닥쳤기 때문이다.

처음 중국 우한에서 유행병이 출현했을 때는, 중국이 문을 닫으면 애플이나 제너럴 모터스 같은 국제적 대기업들이나 중국 시장에서 판매 손실을 겪으리라는 관측이 있었다. 설사 타격을 입더라도 여름께는 회복하리라고 봤다. 하지만 전염병이 이탈리아로, 유럽 전역으로, 미국으로 퍼지자 세계 어디나 공급망과 수요에 타격을 받았다.

이 불황이 얼마나 오래 갈까.
역병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Ed Yong을 비롯한 식자들이 짐작하기로, COVID-19 사태가 끝나려면 지금 스웨덴이 하는 실험처럼 상당수 인류가 역병에 걸리고도 살아남아 항체를 만들거나, 아니면 백신이 개발되어야 한다.(How the Pandemic will end, The Atlantic, 3.25) 짧게 잡아도 1년은 글로벌 불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어쩌면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리서치사 IHS Markit은 최근 연구에서 대부분의 경제가 COVID-19 이전 생산량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2~3년이 걸릴 거라고 밝혔다. 

불황이 오래 가면 갈수록 생산력이 파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대량 실업과 파산은 사회적 비용을 늘리고 투자와 혁신을 고갈시켜 산업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유엔 무역 개발 회의(UNCTA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는 올해 전 세계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40퍼센트 줄어들 거라고 예측했다.  역병이 진정된 뒤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감이 지속될 수 있고 그럴 경우 소비자지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거 미국인들은 대공황 이후 몇 년 동안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크게 늘렸는데 이제 다시 그럴 수도 있다. 세계 경제 활동 비중에서 소비자지출이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상황이 부쩍 나빠졌다.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입 식품과 연료에 더 많은 돈을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됐고, 그렇지 않아도 많은 빚을 진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미흡한 의료 시스템은 전염병으로 아예 붕괴 위기에 처했다.
유엔 무역 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부터 내년 말까지 개발도상국들은 약 2조 7천억달러의 빚을 갚아야 한다. 평시 같으면 대부분 부채를 차환할 수 있지만 최근 경제위기로 자금 이탈이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이 신규 대출에 더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미 유엔 기구는 남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2조 5천억달러어치 구제를 요청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조 달러 대출, 채권자들로부터 1조 달러 부채 탕감, 건강 회복을 위한 5,000억달러 추가적인 지원을 패키지로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낙관도 나온다. 중국이 바이러스를 누르고 업무 복귀를 시작했으며 글로벌 경제에 곧 다시 온기가 돌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공장들이 다시 활기를 띠면 대만에서 만들어진 컴퓨터 칩, 잠비아에서 채굴된 구리, 아르헨티나에서 재배한 콩이 다시 판로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미국이 여전히 역병과 싸우고 유럽이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남아프리카가 융자를 얻지 못한다면 중국 상품 수요도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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