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이 이슈다.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이 투기 매매로 치솟자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지은 지 30년 이상 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한 가지 허가 요건을 더한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추가한 취지는 강남 재건축 투기가 확산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규제가 재건축 투기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런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이번에 정부가 일하는 모습을 보니, 정책 판단을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부친다는 느낌이 든다.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변경은 주무부처가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개정령을 시행하기 전에 주무부처가 개정령을 고시하면서 행정예고를 하고 예고 기간 중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 예고기간은 현행 행정규칙법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 이상이다. 그런데 이번에 국토부는 예고기간을 10일로 당기면서까지 개정령 시행을 서둘렀다.

3월 2일 오전 9시 현재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일부개정 고시안 행정예고' 전자공청회 게시판에 나타난 안전진단 강화 반대 의견 비율은 98퍼센트를 넘는다. 하지만 국토부가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법 시행 시기를 조절할 가능성도 낮다는 게 일반 관측이다. 

재건축 연한이든 안전진단 기준이든 정부가 수시로 바꾼다. 정부에 권한이 있어 바꾸는 걸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100% 문제를 좌우할 수 있는 조건에서라면, 규제나 제도를 바꿀 때마다 절차나 내용 면에서 국민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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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동주택 재건축 허용 연한을 늘리고 안전진단은 강화하는 카드를 꺼내들 기세다. 

공동주택 재건축 연한은 과거 20년이던 것이 차차 늘어 40년이 됐다. 주로 정부가 아파트 값 안정을 도모하면서 연한이 늘었다. 그러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쓰면서 30년으로 줄였다. 이번엔 아파트 값 안정을 위해 도로 늘릴까 한다는 거다. 

연한을 과연 늘릴지, 늘린다면 어떻게 늘릴지 아직 구체안이 나온 건 없다. 시장에서는 주로 ‘도로 40년으로 늘리지 않겠느냐’고 본다. 그렇게 되면 지금 기승을 부리는 강남 아파트 값 안정에 도움이 되리라는 관측도 있고, 길게 보면 그렇지 못하리라는 주장도 있다.  

재건축 연한 조정을 놓고 갑론을박 하는 건 새삼스러울 게 없다. 지금 아쉬운 건, 정책 당국자나 시장이나 온통 아파트 시세만 놓고 논의를 한다는 점이다. 지진 대비를 위해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전연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엔 지진이 나지 않나?

웬걸, 우리나라는 근래 포항, 경주 등지에서 진도 4를 넘는 큰 지진을 겪었다. 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전 국토가 흔들리고 지진 에너지가 쌓여 큰 지진이 날 위험성이 커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비는 형편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금 전국 내진 대상 민간 건축물 중 내진 설계가 된 것은 고작 20% 정도다. 경주, 포항 등지를 포함한 경북 지역 내진율도 비슷하다. 수도 서울에서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은 18.3%라고 한다. 전국 평균치도 안된다. 

우리나라에 내진설계 규정이 도입된 것은 1988년. 그 전에 지은 아파트는 내진설계가 안 됐다. 사정이 이래서 필자는 지진 전문가가 아니지만 전부터 공동주택 재건축 연한을 줄여 서둘러 내진 설계를 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적어도 1988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만이라도 서둘러 내진설계를 해서 재건축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집값 올려 한몫잡으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시장이나 정부나, 지진이 나면 온통 지진 얘기만 하고 집값이 뛰면 집값 얘기만 하고. 그 사이 재건축에 지진 이슈를 연결하는 발상은 설 자리가 없어 보이는 게 안타까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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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앙정부와 국회의 부동산 문제 대응이 매우 신통찮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12.7 부동산대책은 강남3(강남서초송파)의 기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를 2년간 유예하며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하는 제도를 없앤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뜸 강남 혹은 부자들만 혜택 주는 거라고 비판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고, 정부안대로 되지 못할 것도 있어 보인.

 

강남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국토부가 할 수 있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나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징수 중지는 국회가 정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문제는 국회가 부자, 서민 좌우를 살피느라 정부안을 장기계류시키거나 무산시키기 일쑤라는 것이다
 

국회가 올해와 내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다주택자는 도로 50%, 60%씩 되는 불합리한 세금을 내야 한다. 세율이 무거워 불합리하다는 게 아니다. 시가 10억원 짜리 집 한 채를 가진 부자는 세를 한 푼 안내도 되지만 1억원짜리 집 두 채를 가진 서민은 50% 세를 내야 하는 어이없는 제도가 지금의 양도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다주택자가 무슨 잔말이냐는 식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불합리한 세제로 집을 팔지 않거나 못 파는 이들이 늘면 전세난이 가중되어 결국 무주택 서민이 가장 어려워진다.

 

정부와 여야 국회가 엉켜 표류시키고 있는 부동산 정책, 제도는 또 있다.

 

지난번 정부의 8.18대책은, 다주택자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살고 있는 집이 1채일 경우 양도세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 법원에는 이사갈 집을 미리 사놓고 살던 집을 팔아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임대사업자가 양도세를 중과 받고 소송 중이다. 정부나 법원이나 임대주택을 뺀 나머지 주택이 2채 이상이면 무조건 양도세를 중과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법에 따르면 현재 일시적 2주택자는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게 되어 있다.  헷갈릴 수밖에. 이 문제는 정부가 세부규정을 명확히 마련해 교통정리를 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리모델링은 또 어떤가?

지난번 분당 보궐선거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다투어 1기 신도시 리모델링을 촉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그 뒤엔 여야가 다 어영부영하고 있다. 정부는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여야가 제시하는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안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에선, 지금은 비록 단지별 준공년도에 따른 연한 규제가 있지만, 예전엔 20년을 넘기면 재건축 할 때가 된 거라는 인식이 공유됐다. 그런데 1기신도시 아파트는 서울 아파트보다 유난히 튼튼하고 오래 가게 지었다는 것인지, 새로 법을 정해 준공후 40년이 지나야 재건축할 수 있게 묶어놓았다

신도시 주민들로선, 40년이 지나기 훨씬 전부터 낡아지는 
집을 고칠 필요가 있고 경제적 부담을 덜 방도를 찾는 게 당연하다그런데 정부는 신도시 주민들이 리모델링으로 재건축처럼 돈벌이를 하려는 거라고 보고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듯하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집을 최소 40년은 무조건 갖고 살고, 낡거나 내진 설계 안 된 것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 문제에 정부나 의회가 주민을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설득력 있고 현실성 있는 방도를 내놓은 것을 아직 못봤다. 별 관심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요즘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푼다면서 다주택자와 부자만 옹호하는 부동산정책을 편다고 주장한다. 그런 부분도 있다. 그런데 다주택자와 부자가 반드시 겹치지는 않는다. 다주택자라도 실은 중산층 내지 서민 범주에 넣어 마땅할 사람들이 부자를 겨냥한 규제에 함께 묶여 있는 예가 적지 않다. 이런 부분을 세밀하게 따져서 규제를 합리화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정책에 그런 배려가 없다. 부자를 '조지고' 서민을 위하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노력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중산층의 경제적 이해를 배려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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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울 강남 지역 가락시영아파트의 용도지역을 2종에서 3종으로 높이는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가락시영은 6600가구다.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서울 최대 규모다.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8106가구로 재건축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종상향으로 용적률 285.98%를 적용받아 최고 35층 아파트 8903가구를 짓는다. 단 재건축 가구수를 늘리면서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주택을 함께 늘리는 조건이다. 가락시영은 조합분 7724가구, 임대주택 1179가구로 구성해서 임대주택은 959가구, 조합분은 583가구를 더 지을 수 있다. 앞으로 같은 방식으로 둔촌주공 등 강남일대 재건축단지도 종상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박원순 시장은 임기 중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SH공사 재원만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단지 종상향을 통한 임대주택 늘리기는 서울시 말대로 서울시와 조합이 윈-윈 하는 길이다. 서울시는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시민(조합원)들은 새 집 마련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적어도 이번 서울시 조치를 보면, 신임 박원순 시장이 시민의 이해를 무시하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전임 오세훈시장이 시민(부자든 서민이든)이 원하는 정책보다 자기가 발상한 정책(이를테면 디자인 서울’)에 골몰한 것과 대조된다.

 

모름지기 위정자는 그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첫째 agenda로 삼으면 될 텐데 어째서 불쑥 한강 르네상스니 4대강이니 하는 다분히 독창적인(?) 사업을 내놓고 논란 속에 밀어붙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기는 과거 참여정부도 양극화하는 민생경제를 첫째 관심사로 삼지 않았다. 참여정부 고위공직자 말을 빌리면 엉뚱하게도 권위주의 불식에 힘썼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뽑아놓고 보면 지도자가 엉뚱한 소리를 하니까 요즘 사람들이 좌우 다 필요 없고 상식대로 하자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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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공동주택 재건축 허용 연한을 단축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공동주택 재건축 연한은 20년인데 서울시는 자치단체 조례로 최장 40년을 고집하고 있다. 1981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는 20, 1982∼1991년 준공된 아파트는 22∼38, 1992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40년 이상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재건축 연한을 관청이 정하고 보니 낡은 집을 고쳐 살고 싶은 시민의 불만이 있다. 그래서 서울시의회가 재건축 최장연한을 10년 단축하는 취지로 조례 개정을 수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재건축 연한 단축이 필요하다면 가장 큰 이유는 건물안전일 것이다.

작년에 서울시는 건물안전에 문제가 있어서 재건축 연한 단축이 필요한지 알아보자며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공동주택 재건축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자문위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기술용역을 맡겨 샘플 공동주택 11곳을 조사하고 나서 모두 재건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전하니 현행 기준 유지가 적정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자문위 의견을 고스란히 반영할 태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문위원인 건설기술연구원의 채창우 연구위원이 내진 설계를 이유로 허용연한을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답해 "내진과 허용연한을 연관시키면 재건축 대상이 너무 많다" "내진과 허용연한을 별도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는 보도(아시아경제 3 8), 자문위가 진도 3~4 정도의 내진성능 개선을 목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파이낸셜뉴스 38)’고 밝혔다는 보도다.

 

이건 이상하다. 종합하면, ‘진도 4를 넘는 지진이 날 경우 무너질 집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러니지진을 대비하자며 재건축하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내진설계 규정이 도입된 것은 1988년이라 한다. 그 전에 지은 아파트는 내진설계가 안 됐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내진설계가 반영된 건물은 10%뿐이고, 지은 지 20년이 넘은 시내 아파트 10채 중 약 7(강남과 송파, 양천, 노원, 강동, 도봉구에 밀집해 있다)는 지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아시아경제 3 12)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은 모두 60여 차례이고 지진 횟수도 해마다 늘고 있으며, 1978 9월 충북 속리산 부근에서 진도 5.2의 지진이 났고 2004년엔 경북 울진 동쪽 약 80km 해역에서 진도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전문가들 말로는, 이번에 일어난 일본 대지진은 인근에 지진 에너지를 축적시켜 우리나라에도 지진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서울은 서둘러 재건축을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1988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만이라도 빨리 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의 재건축 연한 단축 요구를 주로 집값 올려 한몫잡겠다는 것이라고 보고 집값 안정을 위해 시가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재건축 연한 단축을 요구하는 속셈이 무엇이든 내진설계가 안 된 아파트라면 재건축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지진 우려가 현존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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